혼란
( 출처 : Wiki Media )
3년전쯤에 저녁수영반을 잠깐 다녔었는데
날씨가 추워지고 바뻐지고 하면서 한참을 쉬었다.
3년이라는 시간은..
“수영복, 수영모, 샤워도구 챙겼고.. 빠뜨린건 없겠지?” 하면서 갔어도
수건을 빠뜨리고 갔을 정도로 긴 시간이었다.
나이 먹어오며 당황하지 않는 스킬을 키워왔지만
샤워 후 수건이 없음을 깨닫고는 좀 크게 당황스러웠…
근데 수건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나의 몸 상태였달까..
12시부터 2시까지 자유수영 시간으로 알고 12시 40분쯤 갔는데
안내데스크에서 1시부터 2시까지라고 알려줘서..
“아.. 고작 1시간 밖에 못하는건가?” 라며 아쉬워했으나..
우습게도 막상 물에 들어가서 왕복 2번하고.. 15분만에 물 밖으로 나왔다…
물속인데도 허벅지가 후둘거리고..
팔도 아프고.. 숨은 왜 그렇게 쉬기 힘든지..
“의자 없나?” 두리번 거리다가
결국 탈의실로 돌아가서 앉아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15분만에 집에가면.. 안내데스크 분에게 너무 큰 웃음 드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버티고 10분정도 쉬었더니 좀 괜찮아져서 물에 다시 들어갔으나..
결국 왕복 1.5번만에 나왔다
샤워를 하는데.. 팔다리가 후둘거려서 서있질 못하겠고
숨을 헐떡이지는 않는데 숨 쉬는 것이 너무 힘들고
잘 못하면 주저 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몸이 힘든건 이해되겠는데
왜 그리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는지..
짧은 시간동안 별에별 생각을 하게 됐다
왜 이렇게 힘들지..?
운동자체를 너무 오랜만에 해서 그런가..?
게다가 준비운동 조차 안했구나..
근데 너무 힘든데..?
뭐가 잘 못된건 아닌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운동해서 그런가..?
혹시 수영복이 너무 꽉껴서 피가 안 통했나..?
일단 땅바닥에 앉아볼까..?
앉으면 못 일어날 것 같은데..?
그 상태로 정신 잃는건 아닌가..?
앉지 말자..
빨가벗고 드러누워서 남한테 발견되는 건 좀 많이 추할 것 같다..
탈의실가서 옷이라도 입고 드러눕자
근데 뭐가 잘못됐지..?
수영하다가 물 먹은 것도 아닌데..
숨도 계속 쉬면서 했는데..
뭐에 부딪힌 것도 아니고.. 고작 왕복 4번 했을뿐인데..
그래.. 그냥 체력부족이야
어릴 적에도 하지 않던 오래달리기하고 나면 드러눕고 싶었어..
아니.. 흙위에 드러누워서 얘들하고 한참동안 헐떡 거리면서 낄낄댔었지
힘들다고 생각하다가
혹시 뭐가 잘못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니까 혼란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별일 아니고 예전부터 그런거고
단순히 내 체력부족이고 준비운동 부족이라고 생각하니..
혼란은 점차 사라졌다.
그리고 탈의실로 나와서 수건이 없음을 깨닫고는
혼란은 완전히 사라지고 당황이 모든 것을 지배했다
별것도 아닌 일상에서 엄청 찌질한 경험을 했다.
하지만 3개정도 교훈을 얻은 것 같다.
운동하자
운동해야한다고 생각은 계속해왔지만.. 너무 오랫동안 쉬었다
강습 받으면.. 자유수영 입장비용이 싼데..
강습 받으려니 평일엔 너무 힘들고..
혼자 가려니 귀찮고..
이딴 생각말고
한달에 고작 4번 갈거면서 가격 생각하지 말고
어자피 수영이라는 운동이 혼자하는건데..
일주일에 한번씩만이라도 운동하자
휘둘리지 말자
생각이라는 것은..
영혼 또는 자아 따위가 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사람의 몸으로 하기 때문에
쓸데 없는 방향으로까지 생각이 향할 수도 있다
혼란은 당황과 비슷하다
예상치 못한 일은 항상 발생하고 항상 당황할 수밖에 없다
당황스러운 상황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요동치는 당황감을 겪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요동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다시 안정적인 곡선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익숙해질 수 있는 것
예전에 생각해봤던
당황이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제든지 당할 수는 있지만
벗어나는 것은 익숙해지고 연습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현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보고
뭔가 잘 못 됐다는 생각이 아닌..
무엇이 잘 못 됐는지를 생각해보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있다면
이렇게 적어보면서 다시 생각해 보면된다
수건 챙기자
샴푸를 가져가지 않았으면 집에와서 씻으면 되는데
수건은 답이 없다….
수건 꼭 챙기자..!
P.S.
링크걸린 그림이 Dead End (막다른 길)인 이유는..
당시 내 사고방향이 막다른 길을 향해서 달려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